Home >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2004.12.15 17:10

윤성택 조회 수:2644 추천:125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뎠습니다        
        들고 있던 화분이 떨어지고
        어둡고 침침한 곳에 있었던 뿌리가
        흙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내가 그렇게 기억을 엎지르는 동안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내 안 실뿌리처럼
        추억이 돋아났습니다
        다시 흙을 모아 채워넣고
        앞으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
        손으로 꾹꾹 눌러주었습니다
        그때마다 꽃잎은 말없이 흔들렸습니다
        위태하게 볕 좋은 옥상으로
        너를 옮기지 않겠다고
        원래 자리가 그대 자리였노라고
        물을 뿌리며 꽃잎을 닦아내었습니다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시집 《리트머스》(문학동네) 中

 

윤성택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 『그사람 건너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여행 2010.12.31 2039 135
공지 타인 2008.02.12 2337 112
공지 아틀란티스 2007.04.12 1947 56
공지 FM 99.9 2004.09.26 2424 85
»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2004.12.15 2644 125
공지 탈수 오 분간 2004.06.01 2451 100
공지 로그인 2005.09.01 2314 84
공지 스트로 2003.09.18 2358 88
공지 후회의 방식 2005.03.18 1572 127
공지 장안상가 2004.06.03 2410 87
공지 대학병원 지하주차장 2004.02.28 1573 31
공지 검은 비닐 가방 2006.02.15 1773 55
공지 농협창고 2006.07.27 1735 55
7 이른 봄산을 오르다 secret 2002.05.30 593 20
6 흔적 secret 2002.01.02 2008 52
5 산동네의 밤 secret 2002.01.02 1703 42
4 수배전단을 보고 secret 2001.12.27 1126 39
3 꽃이 피다 secret 2001.12.27 1446 42
2 사월 초파일 전봇대 secret 2001.12.27 1116 41
1 경운기를 따라가다 secret 2001.12.27 1363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