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FM 99.9

2004.09.26 14:02

윤성택 조회 수:2424 추천:85


        FM 99.9

        육십 촉 전구가 긴 하품처럼 흔들린다
        목젖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골목 어귀 바람은
        기댄 리어카 헛바퀴로 다이얼을 맞춘다  
        주파수를 잃은 낙엽이 쓸려간 후미진 끝
        별들의 수신음이 가득하다 별과 별
        이어보는 별자리는 전선으로 잇댄 회로,
        때로 ON 표시처럼 스탠드 불빛 새어나온다
        조금씩 뚜렷해지는 스테레오 같은 창들,
        막막한 어둠 속에서 채널을 갖는다
        같은 시간 같은 음악을 듣는 이들은
        서로를 잇대며 이룬 외로운 기지국이다
        붉은 막대채널 같은 가로등이 길 위를
        밀려가고 가끔 개 짖는 소리가 잡힌다
        거미줄은 스피커처럼 웅웅거린다
        배달 오토바이가 LP판 소릿골을 긁으며
        좁은 골목을 돌아나온다 불빛에 꽂힌
        사소한 소음도 이제는 모두 음악이다


* 시집 《리트머스》(문학동네) 中

 

윤성택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 『그사람 건너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여행 2010.12.31 2041 135
공지 타인 2008.02.12 2337 112
공지 아틀란티스 2007.04.12 1947 56
» FM 99.9 2004.09.26 2424 85
공지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2004.12.15 2645 125
공지 탈수 오 분간 2004.06.01 2452 100
공지 로그인 2005.09.01 2316 84
공지 스트로 2003.09.18 2358 88
공지 후회의 방식 2005.03.18 1574 127
공지 장안상가 2004.06.03 2410 87
공지 대학병원 지하주차장 2004.02.28 1575 31
공지 검은 비닐 가방 2006.02.15 1773 55
공지 농협창고 2006.07.27 1735 55
147 공터공화국 secret 2004.05.31 314 13
146 담장과 나무의 관계 secret 2004.03.15 351 13
145 리트머스 secret 2004.11.25 270 11
144 왼손의 꿈 secret 2004.10.19 297 11
143 불확정성 시간에 대하여 secret 2004.09.26 277 11
142 밤의 러닝머신 secret 2004.06.14 408 11
141 Buy the way secret 2004.06.09 388 11
140 재개발지구 암각화 secret 2004.11.25 170 10
139 포장마차에 들고 싶다 secret 2004.06.02 392 10
138 타다만 사진 secret 2004.05.30 320 10
137 언제나 영화처럼 [1] secret 2005.12.11 361 7
136 입김 - [시마] 2024년 봄호 산문 연재 secret 2024.03.28 0 0
135 보호되는 휴일 - [시산맥] 2024년 봄호 secret 2024.01.05 0 0
134 가을 우체국 - [시마] 2023년 가을호 산문 연재 secret 2023.08.04 0 0
133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릴 때까지 온다 - [시인시대] 2023년 가을호 secret 2023.07.11 0 0
132 냉장고 - [시마] 2023년 여름호 산문 연재 secret 2023.05.12 0 0
131 봄봄봄 - [시마] 2023년 봄호 산문 연재 secret 2023.02.07 0 0
130 목련 플래시 - [시와편견] 2023년 봄호 secret 2023.01.16 0 0
129 산방에서 일주일 - [시마] 2022년 겨울호 산문 연재 secret 2022.11.11 0 0
128 나귀에 실려 - [미네르바] 2022년 겨울호 secret 2022.10.19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