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아틀란티스

2007.04.12 10:37

윤성택 조회 수:2048 추천:56



아틀란티스

바다 속 석조기둥에 달라붙은 해초처럼
기억은 아득하게 가라앉아 흔들린다
미끄러운 물속의 꿈을 꾸는 동안 나는 두려움을 데리고
순순히 나를 통과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곳에 이르러
막막한 주위를 둘러본다 그곳에는 거대한 유적이 있다
폐허가 남긴 앙상한 미련을 더듬으면
쉽게 부서지는 형상들
점점이 사방에 흩어진다 허우적거리며
아까시나무 가지가 필사적으로 자라 오른다
일생을 허공의 깊이에 두고 연신 손을 뻗는다
짙푸른 기억 아래의 기억을 숨겨와
두근거리는 새벽, 뒤척인다 자꾸 누가 나를 부른다
땅에서 가장 멀리 길어올린 꽃을 달고서
뿌리는 숨이 차는지 후욱 향기를 내뱉는다  
바람이 데시벨을 높이고 덤불로 끌려다닌 길도 멈춘
땅속 어딘가, 뼈마디가 쑥쑥 올라왔다 오늘은
차갑게 수장된 심해가 그리운 날이다
나는 별자리처럼 관절을 꺾고 웅크린다
먼데서 사라진 빛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 시집 《감(感)에 관한 사담들》(문학동네) 中

 

윤성택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 『그사람 건너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여행 2010.12.31 2157 135
공지 타인 2008.02.12 2453 112
» 아틀란티스 2007.04.12 2048 56
공지 FM 99.9 2004.09.26 2532 85
공지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2004.12.15 2752 125
공지 탈수 오 분간 2004.06.01 2551 100
공지 로그인 2005.09.01 2420 84
공지 스트로 2003.09.18 2459 88
공지 후회의 방식 2005.03.18 1668 127
공지 장안상가 2004.06.03 2524 87
공지 대학병원 지하주차장 2004.02.28 1679 31
공지 검은 비닐 가방 2006.02.15 1870 55
공지 농협창고 2006.07.27 1836 55
108 일기예보 外 - 『현대시학』 2009년 8월호 secret 2009.08.18 16 0
107 몸 外 - 『다시올문학』 2009년 여름호 secret 2009.04.08 15 0
106 채널 外 - 『시와경계』 2009년 봄호 secret 2009.02.10 20 0
105 시간의 환부 - 『현대문학』 2009년 3월호 secret 2009.02.10 10 0
104 숲을 걷는다 - 『월간에세이』 2009년 2월호 secret 2008.12.10 16 0
103 당신의 밤과 음악-《문장웹진》2008년 11월호 secret 2008.10.15 11 0
102 비망록-《문장웹진》2008년 11월호 secret 2008.10.15 12 0
101 먼지 -《서시》2008년 가을호 secret 2008.10.15 8 0
100 기억의 확률 -《서시》2008년 가을호 secret 2008.10.15 8 0
99 평면의 내력 -《현대시학》2008년 4월호 secret 2008.05.26 7 0
98 데자뷰 -《현대시학》2008년 4월호 secret 2008.05.26 15 0
97 탄생 - 《시인시각》 2008년 봄호 secret 2008.02.12 6 0
96 나무가 지난다 - 《시인》2007년 하반기 secret 2008.01.18 10 0
95 오후 세 시 - 《시인》2007년 하반기 secret 2008.01.18 3 0
94 쓰다만 편지 - 《시와문화》2007년 겨울호 secret 2008.01.18 4 0
93 양산리 - 《시와문화》2007년 겨울호 secret 2008.01.18 4 0
92 오토바이는 달린다 - 《현대시학》 2007년 6월호 secret 2007.05.22 14 0
91 기억의 궤도 - 《현대시학》 2007년 6월호 secret 2007.05.22 1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