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2005.09.01 15:26

윤성택 조회 수:2316 추천:84


        로그인

        로그인된 나무에 새순이 돋고
        아이디로 꾹꾹 입력된 꽃이 핀다
        그러므로 계절이라는 사이트에
        들어설 때부터 커뮤니티는 시작된다

        시간의 약관에 동의한 나는
        태어나 로그인된 방문자, 이리저리
        흔적을 남길 때마다 기억이 스크랩된다
        누군가 잠시 나를 떠올리기라도 하면
        카운터가 올라간다
        간혹 내가 접속하고 싶은 사람,
        서로 언약한 적 없어도
        그의 패스워드를 이해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일치해야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다

        보는 이가 많아질수록 꽃은
        절정의 트래픽을 갖는다 뿌리의 한계용량에서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는 이파리가
        미끄러지듯 낙하한다
        변경이 필요로 한 오류범위는 바람이다

        로그인을 했다가 로그아웃하면
        육안으로 보이는 곳에서도 나는 없다
        내가 사실로 존재하는 것은
        경계에 접속된 순간뿐이다
        어디에도 있는 나를
        어디에도 없게 하는 로그아웃,
        나는 태연하게 다른 곳으로 로그인된다


* 시집 《리트머스》(문학동네) 中

 

윤성택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 『그사람 건너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여행 2010.12.31 2041 135
공지 타인 2008.02.12 2337 112
공지 아틀란티스 2007.04.12 1947 56
공지 FM 99.9 2004.09.26 2424 85
공지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2004.12.15 2645 125
공지 탈수 오 분간 2004.06.01 2452 100
» 로그인 2005.09.01 2316 84
공지 스트로 2003.09.18 2358 88
공지 후회의 방식 2005.03.18 1574 127
공지 장안상가 2004.06.03 2410 87
공지 대학병원 지하주차장 2004.02.28 1575 31
공지 검은 비닐 가방 2006.02.15 1773 55
공지 농협창고 2006.07.27 1735 55
147 공터공화국 secret 2004.05.31 314 13
146 담장과 나무의 관계 secret 2004.03.15 351 13
145 리트머스 secret 2004.11.25 270 11
144 왼손의 꿈 secret 2004.10.19 297 11
143 불확정성 시간에 대하여 secret 2004.09.26 277 11
142 밤의 러닝머신 secret 2004.06.14 408 11
141 Buy the way secret 2004.06.09 388 11
140 재개발지구 암각화 secret 2004.11.25 170 10
139 포장마차에 들고 싶다 secret 2004.06.02 392 10
138 타다만 사진 secret 2004.05.30 320 10
137 언제나 영화처럼 [1] secret 2005.12.11 361 7
136 입김 - [시마] 2024년 봄호 산문 연재 secret 2024.03.28 0 0
135 보호되는 휴일 - [시산맥] 2024년 봄호 secret 2024.01.05 0 0
134 가을 우체국 - [시마] 2023년 가을호 산문 연재 secret 2023.08.04 0 0
133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릴 때까지 온다 - [시인시대] 2023년 가을호 secret 2023.07.11 0 0
132 냉장고 - [시마] 2023년 여름호 산문 연재 secret 2023.05.12 0 0
131 봄봄봄 - [시마] 2023년 봄호 산문 연재 secret 2023.02.07 0 0
130 목련 플래시 - [시와편견] 2023년 봄호 secret 2023.01.16 0 0
129 산방에서 일주일 - [시마] 2022년 겨울호 산문 연재 secret 2022.11.11 0 0
128 나귀에 실려 - [미네르바] 2022년 겨울호 secret 2022.10.19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