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편의점 간판에 스트로를 꽂고 빤다. 대리운전 기사는 나를 위해 택시를 타고, 나는 대리운전 기사를 위해 캔맥주 하나 더 뜯는다. 편의점 간판 불빛을 다 마셔가는 새벽이 담배를 빼 문다. 그 앞 공터엔 담배 끝처럼 붉은 코스모스가 흙으로 들이마시는 폐활량을 자랑한다.
나도 한때 이런 계절에 스트로를 꽂고 킥킥 거렸던 적이 있지. 잇몸을 보이며 웃는 여자는 다 이뻐, 라고 인간관을 수정하는 사이 이곳은 참 모텔도 많아, 유통기한을 기르는 편의점과 다를 바 없구나.
대리는 아직 오지 않고 나를 대리할 약속만 일주일씩 먼저 가 있다. 문자메시지를 하이힐이 또각또각 열어가는 저 소리, 새벽과 아침이 첫 섞이는 공기 내음, 술의 행성에서 이주한 나의 호흡기, 흙 묻은 쓸쓸을 주워 먹는 시간.
이제 편의점 간판은 아무리 밝아도 사소하다. 이제 나는 아무리 어두워도 소요하다. 기다린다는 건 목이 기다란 기린을 차에 태우는 걸까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