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一泊

2013.10.10 16:39

윤성택 조회 수:463

나무가 그늘에 들어서서 쓸쓸히 어두워지면, 라이터 불빛의 누군가 얼굴은 낙엽이 된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일수록 목소리보다 글자가 살가울 때가 있다. 말은 그 자체로 통조림 같은 뚜껑을 따는 것이고, 글자는 기록으로 유통기한을 머문다. 마음이 언제나 모두에게 진열되는 건 아니다. 늦은 밤 마트 직원의 카트에 담겨 실리는 기분, 이제 영영 기한이 다한 사람들. 나는 얼마나 남았는지,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같이 있을 수 있는지.

 

낙엽은 나무에 붙어 머무는 것이 일박(一泊)이다.

사람은 한 사람의 마음에서 완전히 지워질 때 여행을 깨닫는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45 태풍 2020.09.04 4729
144 눈이 온다는 건 2013.12.04 2612
143 폭염 2020.08.17 2588
142 빗물처럼 file 2014.02.12 2123
141 비가 좋다 file 2015.05.11 2092
140 詩를 사랑하는 가슴에게 2015.06.02 2045
139 새벽은 음악이 아프고 2014.01.09 1962
138 성에 file 2014.02.03 1889
137 붐비는 날들 file 2013.12.24 1875
136 상상 file 2014.01.14 1847
135 눈빛에 대하여 2014.10.07 1793
134 가을 file 2013.10.17 1790
133 안부 file 2013.11.26 1745
132 2014.01.07 1271
131 벚꽃 file 2015.04.27 1141
130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11 2011.03.11 963
129 2009.05.23 931
128 충혈 file 2013.12.11 831
127 잠들기 직전 2014.03.07 819
126 생도 다만 멀미일 뿐 2019.11.29 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