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왔다.
낮에게 헌신했던 몸이 의자를 걸치고 앉아 있다.
이런 폼으로 쬐는 거지. 불 꺼진 거실,
흰 면티에 색 입히는 TV불빛을 비스듬히.
그러나 소리를 거세해내면 이 점멸은 가학적이다.
여러 각도에서 나는 해석되고 상상되고 재단된다.
낮 동안 타인에게 비춰진 만큼.
때가 되면 알아서 우는 냉장고처럼
나는 내 속 칸칸의 온도에 길들어져 간다.
냉장고 열고 그 안을 찬찬히 살피던
허기는 체중보다 용감했다.
그러나 오래 열어뒀다고 삑삑, 나는 신호음에
화들짝 닫는 소심은 뭔가.
캔맥주를 뜯으면 칫, 내뱉는
까까머리 치기 같은 것.
어떻게 이빨을 앙다물고 침을 뱉을 수 있나.
그걸 멋으로 알고 목 빼고 연습했던 날들이
차라리 진실했구나. 눈치껏 네. 네.
이 새벽은 TV를 끌줄도 몰라 내가 꺼져 줄 때까지,
리모컨이 다리를 꼰다.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