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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가고 있다고 여기는 기분이
나를 액세서리로 치장해 놓고
어울린다.
이런 특별한 감정을
보랏지다고 해야 하나,
어두워지는 후미에 대한 예의라고 해야 하나.
백팩이 데리고 다녔던 달과 요일은
앞 시간을 먼저 보내기 위해
대기 중일 때가 많았지.
단어가 출장 와서
머릿속을 한 바퀴 돌더니
다음에 오시지요 정중히 말할 때,
오늘은 어느 분부터 시작할까요 커서는
괴이하기 짝이 없이 의자를 끌게 하고.
일 년을 접었다 펴보면
그대로인 페이지,
다시 읽어내려도 처음 보는 시야.
나도 좀 불량이고 싶고
골격근량 35kg이 내게 도달했으면 싶고
개봉예정 영화가
내 리뷰를 달아 줬으면 해.
갑진년은 신간 안내와 같으니까.
메일, 매일 쌓이는 시집들 볼 때마다
왜 신용점수가 눈에 밟힐까.
꾸준한 관리를 위해서는
이번 해를 변동 없이
수신설정 해놓아야지.
자다 깨보면 내릴 내일이고
잊고 내리는 건 없는지 날짜를 보지.
이제 며칠 말미로 등산화가
영하를 살짝 헐겁게 하겠지.
가끔 멀뚱히 나만 보고 있는 홈페이지를
자갈밭 걸어가
선창머리에 데려다주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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