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고 싶을 때 우리는 어느덧 봄의 경계를 지난다.
햇발이 감겼다가 천천히 풀리는 오후,
봄은 빙글빙글 꽃의 봉오리에서 원심력을 갖는다.
무언가를 위해 떠돈다는 것은
무채색의 기억에
색색의 물감과도 같은 연민을 떨구는 것이다.
죽음조차 가늘고 가는 빛의 줄기를 따라
잎맥으로 옮아가는, 시간의 응시.
그러니 지금은 삼십 촉 기다림이 봄의 형식이다.
꽃이 피기 위해 짚어보는 미열은,
각오하고 고백한 첫인상 같은 것.
그 마음이 내내 멀미처럼 아른거리는 봄.
누구든 문득 그런 설레임의 자세로 봄을 지나곤 한다.
거기에는 눈이 만지지 못하는 다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