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보존하는 데에도 비용이 든다. 도메인, 호스팅, 매년 봄이면 꽃 피듯 고지서가 내게 도착한다. 그래서 일 년을 연장하고 나면, 백 년 후가 나를 갱신하는 듯하다. 고요히 인터넷에 떠 있다가 포말처럼 여기저기로 흩어질 운명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돌벽처럼 서 있다. 내게 와 부딪치는 것들, 돌아다보면 시간도 흰 백사장만 같아 내가 흐른다는 것을 잊곤 한다. 아주 가끔 게시판의 옛글을 읽는다. 계절감이라든가 그날의 날씨, 관심들에게서 한때 나였던 나를 본다. 가릴 것이 많아진 나에게, 보이는 거라고는 청춘밖에 없는 내가 말을 건다. 꽃 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