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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2023.09.07 12:41

윤성택 조회 수:85



슬픔은 마르면서

마음의 미열을 탈취해주듯,


냉장고도 액체가 기체로 바뀌는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흡수한다.

 

이러한 발명에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소음이다.

전기로 컴프레서와 팬 모터를 돌릴 때

들리는 윙윙 소리.

 

그것은 마치 울음을 삼키며 마음 다잡는

일련의 시스템과 같다.

 

마음이 하나의 냉장고라면

그 안에는 보존되어야 할 것과

미처 꺼내지 못한 것이 있다.

 

자신을 열어볼 수 없는 사람은

스스로 부패되어 가는

기억을 어쩌지 못한다.

 

죽을 때까지

기억이 분해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어쩌면

 

그 기억을 낱낱으로 나누는 것이야말로

온전히 인생을

느리게 흡수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냉장고가

사람에 대한 신선도의 은유라면,


사람의 기억은

그리움으로 작동되는

보존의 은유이지 않을까.

 

 

*산문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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