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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2024.01.26 08:57

윤성택 조회 수: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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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양>

인간의 영혼은 저장되는 것이고, 그것이 압축에 압축이 되어 아주 작은 점으로 전자가 될 때, 우리는 이 현실이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누군가 나의 일생을 관찰하다 시스템 오작동이 된다면, 그 너머의 과거가 보인다면 이 세상은 어찌 대응할까. 한 사람에 대한 마음이 간절한 것이 이 세상의 버그(bug).

 

<라쇼몽>

현실은 지루한 시간의 개봉이지만, 지난 다음의 기억은 각자의 서스펜스이자 스펙타클한 경험이 된다. , 누군가 그 현실을 공유했을 때이며 자신에게 얼마간 망각하고픈 때에 가능한 서사다. 치욕이 욕구의 역사가 되고, 고통이 승리의 잔상이 된다. 언젠가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제3자에게서 진실을 보는 듯했으나, 그 역시 자신의 기억을 조작해 그럴듯하게 꾸며낸 것임을 제4자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간을 살아간다는 건 다각도의 라쇼몽을 틀어놓는다는 것과 같다. 흑백 영화에서 간간이 햇볕이 들이치는 장면은 나를 끊임없이 촬영 중인 그대들의 눈빛 같다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74년 전, 지금은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이 죽었을 오늘. 반짝이는 단도를 들이대는 힘은 결국 우리가 별반 나아진 게 없는 산속에 있다는 증거다.

 

<쇼생크 탈출>

희망한다, 내 꿈을. 꿈이 그토록 바랐던 것처럼 나는 현실이라는 굴을 파고 있다. 시간은 단지 세무서류에 기입되는 숫자일 뿐. 손을 밤하늘로 뻗었더니 비가 쏟아진다. 오늘 밤 다 맞아도 된다.

 

<인생>

세월을 산다는 건 수많은 경우의 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슬퍼도 아파도 인생은 그렇게 묘수로 지나게 되어서,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기억하게 한다.

 

<공포분자>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영화 속의 소설이 영화 밖에서 관객을 집필해간다고 해야 할까. 기묘하고 놀라운 연출과, 인연이 실낱으로 모두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나를 암실로 만든다. 예술은 경험인가, 경험이 예술을 권총 살해해 흰 벽에 붙은 핏덩이가 영화인가.

 

<자전거 탄 소년>

순수는 늘 솔직해서 죄가 보이지 않는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상상은 현실의 흑백을 컬러로 만드는 힘이 있다. 가끔은 추억이 더 현실처럼 아름다웠던 것처럼, 지금도 현실을 영화로 만드는 우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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