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무렵 겨울, 무작정 가방을 꾸리고 기차를 탔던 적이 있다.
가방 속에는 전국지도와 몇 권의 책이 있었다.
가슴 속 무언가를 어쩌지 못하고 몇 날을 병처럼 앓고 나서였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골목 끝 여인숙의 간판처럼 쓸쓸함을 견디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막다른 운명을 믿기로 했다.
마른 문어다리와 고추참치, 소주가 전부인 저녁 창의 시간이 삐뚤삐뚤 수첩 위로 지나갔다.
춘천, 속초, 주문진, 동해… 그렇게 며칠이 페이지처럼 무작정 넘겨졌다.
그것은 마치 전날의 일기를 지도로 한 여로 같은 것이었다.
아무도 없는 식당을 찾아서 허기가 기웃거렸고,
겨우 내뱉는 말은 더듬이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나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나를 멀리 데려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