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하듯 하루가 사라져간다.
생업은 패턴을 만들고, 그 패턴에 의해 일상이 잘게 썰린다.
어제가 그렇고 그제가 그렇다. 진열된 유통기한처럼.
한때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외로웠던 적이 있었다.
가방 하나 들고 어디든 갈 수 있으리란 다짐.
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멀리 떠나왔을까.
어쩌면 나는, 그때 이미 떠난 상태였고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는지 모른다. 떠난 내가
보낸 편지를 새벽에 잠깐 깨어 조금씩 읽는 기분.
잊지 않았다고 몇 번이고 되뇌다보면 떠난 내가 보인다.
그 뒷모습을,
어느 거리 어디에선가 본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