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을 상상한다는 것은 낯선 삶, 낯선 나의 눈동자를 상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글쓰기는 나의 밖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을 응시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낯선 내면의 영혼과 닿을 그때만이 몸속을 떠도는 음악에 체류할 수 있다. 마음에 새겨지고 침식하고 먼지가 되어가는 그 흔적에서 생은 음계를 이룬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것은 나를 기억하고 들으려 하는 행위이다. 기억이 가지고 있는 흔적, 기억에 찍혀 있는 그 지문을 읽어 들이는 것. 그것이 경험이든 상처이든 글쓰기는 명멸을 거듭하는 내면의 생을 이해하는 형식으로 쓰여진다.
- 산문 <詩를 사랑하는 가슴에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