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감도

2013.08.31 21:52

윤성택 조회 수:265

비를 바라보는 것보다 비를 기다리는 것이 더 감도가 좋다. 여행 중인 사람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걸지 못하는 전화번호처럼. 가본 적 없는 날이 수신하는 낯섦이라는 조도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나무 밑 그늘을 해독하려면 계절의 번역을 따라야 한다. 간이역 낡은 난간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 한낮, 생활이 사소해지면 비밀이 수정되는구나 싶은. 빛바랜 간판들이 거리를 적어내고 숭숭 뚫린 블록 담장에서 밑줄을 긋는다. 여기서 한 사람이 청바지 속으로 자랐다. 그리고 그 청바지 자락을 찢고 맨살이 철사에 긁혀 갔다. 까끌까끌한 추억에 카메라 감도를 높이면 구름의 역사(驛舍)에 가을이 머문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5 버찌 2022.06.17 116
124 겨울에게 쓰는 편지 2022.01.05 123
123 서해 바다에 가서 저녁놀을 보거든 2021.09.13 126
122 막걸리 한 잔 file 2021.06.22 150
121 열대야 2013.08.05 171
120 태내의 멀미 2022.08.09 171
119 드라마 2008.11.06 181
118 글쓰기 2010.01.12 187
117 한 잔 하늘 2010.10.25 189
116 발굴 2013.07.31 193
115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2 2011.01.11 197
114 바라는 것 2009.11.09 200
113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1 2011.01.10 203
112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4 2011.01.13 205
111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8 2011.02.08 205
110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3 2011.01.12 211
109 감기 2009.03.25 213
108 그늘의 나무 2008.11.10 215
107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9 2011.02.11 216
106 2009.11.21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