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거리, 낯익은 지도에 갇혀 일상이 갑갑하다면 카메라에게 여행을 허락하는 것이 어떨지. 낱낱을 저장하는 메모리칩처럼 행로를 채워갈 기억이 찰칵, 셔터를 누를 때마다 고요한 흥분과 함께 채집될 것이다. 가끔은 이 적요가 거칠어 한쪽 눈을 감으면 불편한 현재는 프레임 속에서 아득하게 멀어진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시간은 추억에 인화되어 먼 훗날 다른 한쪽 눈으로 보내질 것이다. 카메라는 혼자서 가야할 길과 떠나지 못한 날들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파일을 전송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