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열고 나가면 거기에 여행이 있다. 미지는 차창을 열고 부드러운 바람의 저편으로 이어진다. 여행은 매혹이라는 이정표에 이끌려가는 것. 정해진 시간을 가로질러 공간이 마음에 반사될 때 비로소 여행은 추억으로 각인된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을 때, 거기서 새로운 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듯 여행은 풍경의 과감한 생략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여행지에서의 상념은 시간을 부재시키며 존재를 깨닫게 한다. 눈으로 본 것을 마음에 그리는 것이 인간의 오랜 기록방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멀리 가 있을 수 있다. 누구의 시간도 아닌 나만의 시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