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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는 것은 자연의 신념이다. 이것이 자연의 진정성이라면 우리는 가을 나무의 영혼을 보고 있는 것이다. 가을나무가 연대해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기억에 대한 믿음이 전부이다. 사계절을 순환하며 몇 해가 가고 또 몇 해가 가더라도 가을마다 그렇게 낙엽이 질 것이고, 또 누군가 가을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아득한 기억 속 묵묵히 물들어가는 잎새들, 그곳에서 추억은 다양한 양상으로 살아갈 것이다. 단지 그곳의 나는 이곳의 나를 기억하지 못할 뿐. 그래서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은 아름답다. 모든 기억은 추억으로 죽어가면서 화려해지기 때문이다. 추억은 변덕스러운 현실을 볼모로 살아갈 뿐 추억 속에서는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가을은 지나가고, 나는 그곳에 잠시 머무르기로 한다.

* 산문 '기억하라 추억하라' 中
* 『현대시학』 2008년 10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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