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등단 연락 며칠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병실 밖 앙상한 은행나무처럼 아버지는 그렇게
일생의 잎들을 비우고 심전도 모니터 속에서 고요해지셨다.
등단 전 나는, 아버지께 보여드릴 희망이 없어서
詩조차도 치기인 것만 같아 괴로웠던 적이 있었다.
그저 묵묵히 아침 일찍 산책을 하시고 돌아와
볕드는 곳에 앉아 문 밖을 내다보셨던 아버지.
그 쓸쓸한 눈길 닿는 곳에 내가 있었으리라.
등단 소식에 아버지는 희미하게 웃으셨던 것 같다.
새벽, 중환자실 앞 의자로 아버지가 맨발로 걸어와 내 곁에 앉는 꿈.
나는 아직도 그 꿈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오늘, 아버지 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