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순간 깨어 있는 카메라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나를 가장 멀리 떠나서 있다. 낯선 미지의 시간이 내게서 안주하지 못할 때 생은 기록할 만한 우연을 저장한다. 아무도 생각지 않는 사물을 보거나 이정표가 사라진 곳에 머무른 적이 있는 사람은 운명에 있어 정밀한 화소를 가질 수 있다. 여행에 돌아와 찍어온 사진파일을 열어보며 이편에서 그 바람 냄새를 맡아본다. 기억이 촉수를 뻗어가는 곳, 모든 오감이 방안에 맴돌며 휘돌아가듯 만져진다. 천천히 그리고 쓸쓸하게 걸어본 그 길에 여태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는 기분.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다시 시간을 거니는 여정이 시작되곤 하는 그것을, 나는 여행의 속성이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