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그늘에 들어서서 쓸쓸히 어두워지면, 라이터 불빛의 누군가 얼굴은 낙엽이 된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일수록 목소리보다 글자가 살가울 때가 있다. 말은 그 자체로 통조림 같은 뚜껑을 따는 것이고, 글자는 기록으로 유통기한을 머문다. 마음이 언제나 모두에게 진열되는 건 아니다. 늦은 밤 마트 직원의 카트에 담겨 실리는 기분, 이제 영영 기한이 다한 사람들. 나는 얼마나 남았는지,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같이 있을 수 있는지.
낙엽은 나무에 붙어 머무는 것이 일박(一泊)이다.
사람은 한 사람의 마음에서 완전히 지워질 때 여행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