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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회상

2008.11.08 16:57

윤성택 조회 수:276 추천:2



기억은 캔버스에 이제 막 그려 넣은 그림과 같다. 어떤 스케치, 어떤 색이 쓰여 졌는가는 순전한 현재의 몫이다. 언젠가 아주 우연히 어느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나를 보게 되었다. 마치 그림이어야만 했던 풍경에서 선들이 쏟아지고 물감들이 흘러내려 그 너머 앙상한 문이 밀려 나오는 것 같았다. 누군가 밖에서 다급하게 문을 흔든다. 가로질러 있던 쇠막대 문고리가 조금씩 밀려나고 압정에 꽂혀 있던 원고지들이 가늘게 떨던 그때. 나는 거기에 있었다. 청춘을 몇 줄의 문장으로 채집하던 저녁, 밤의 부력으로 책들이, 자그마한 붉은 전기밥통, 생수병이 둥둥 떠올랐다. 나는 그 캄캄하고 어두운 방 안에서 지느러미 같은 이불을 덮고 있었나. 책상에 엎드려 심해어처럼 눈을 깜박이고 있었나. 나는 지금도 그 외롭고 쓸쓸한 수원의 자취방을, 어느 겨울의 눈물로 이해한다. 쇠막대가 휘어져 문이 열리고 나는 밖으로 쏟아졌다. 칼은 예리한 낚시 바늘처럼 허공을 훑고, 퍼덕거리듯 몸이 튀어 올랐다. 어쩌면 나는 그날 ‘살해’되었을지 모른다. 인터넷 어딘가 '사건사고' 갈고리에 걸린 채 윙윙거리는 눈동자들에 둘러 싸여 있을지 모른다. 회상이란 쓰러졌던 이젤이 세워지고 선들과 물감이 화폭으로 되돌아가는 시간이다. 돌이켜보면 삶은 그렇게 은유가 전시하는 비엔날레의 연속이다.

시민이 격투끝 강도잡아

가정집에 침입하려다 들켜 달아나는 도둑을 주민이 흉기에 찔려가며 붙잡았다. 17일 오후6시10분쯤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100 다가구주택의 윤성택(27)씨 집에 李景福(이경복.32·팔달구 남수동 11)씨가 출입문을 만능칼로 뜯고 침입하려다 이웃주민 조한수(36·회사원)씨 등에게 발각됐다. 李씨는 흉기를 휘두르며 30여m를 달아나다 뒤쫓아온 조씨와 격투끝에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조씨는 이 과정에서 오른손을 흉기에 찔려 관통당하는 상처를 입었다.경찰은 18일 李씨에 대해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水原=李商源기자>
《문화일보》 기사 게재 일자 199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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