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후둑후둑 비가 내린다.
어두운 듯 쓸쓸한 듯 바람이 불어가고
약간의 소름이 살결 위에 머문다.
세포도 기지국을 세워 교신을 하려는 것인지
잠시 통신장애처럼 오한이 밀려온다.
시간에 정체된 감정 같은 걸까.
거울을 들여다보면 문득 내가 낯설다.
나보다 더 현실적인 그가 실룩거린다.
살아간다는 건 온 신경을 유영한다는 것이다.
작동하면서 이렇게 그를 부르는 것이다.
구름이 어딘가로 빗방울을 타전하는 것처럼
툭툭 이 비를 나는 내 안의 지옥에게
전한다, 부디 나를 알아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