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서쪽으로 돌아누워 어두워진다. 이때의 저녁해는 고만고만한 수심으로 일렁이는 쓸쓸함이다. 창마다 새어나갈 빛들이 한 무더기로 모여 안개꽃이 되기도 잔별들이 되기도 했던 저녁. 내일은 또 얼마큼의 계절이 와서 기다릴 건지, 창밖 나뭇가지 끝이 쭈뼛쭈뼛 밤을 맞는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제 안에 별이 있다. 몸의 세포 속으로 들어가고 또 들어가면 저 막막한 우주가 나오고, 그 곳에 어느 별 하나가 나였던 까닭으로 궤도를 돌고 있다. 별은 그저 그 밤들을 견디며 너에게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