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줄만 알던 버찌를 나무 아래서 올려다봤다.
초록 노랑 주황 빨강의 열매들
바닥에 떨어져 반점이 되기까지
얼마나 공중에서 골몰했을까 싶은,
사람도 끝에 이르면 그 한 가지 감정으로
가뭇없이 추억을 물들이곤 했으리라.
처음에는 버찌가 바닥을 으깼고
나중에는 신발이 버찌를 으깨서
나는 그 으깬 자리에 얼룩이 되어본다.
끈적끈적한 접착과 집착 사이,
잎들은 한가로이 그리움을 뒤집어놓아서,
꿈에서도 별들이 버찌일 유월.
베개를 왼쪽으로 고쳐 괼 때마다
보랏빛 도는 생각이 물들어서 좋았다.
버찌를 간식으로 먹던 오래전 아이들이
이젠 밤하늘을 입 안 가득 물고 있다고.
자꾸만 버찌라고 발음할 때마다
찌릿찌릿한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지,
무른 속이 터지는 걸까. 버찌, 버찌, 버찌야,
너는 내가 어떤 색일 때 처음 보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