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전기자전거

2008.11.07 00:15

윤성택 조회 수:239 추천:3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민망한 것은 앞바퀴를 전기가 굴린다는 것.
헉헉거리다가 오른쪽 핸들을 슬쩍 비틀어보면
몸은 어디든 배달 중인 짐짝이 되곤 한다.
한계를 깨닫기도 전에 찾아오는 이 속도는
종종 습관으로 접어든다. 그 언덕에서 어?
내가 페달을 구르지 않고 있군.
페달과 전기의 힘을 오가며 숭배하듯
두 핸들을 잡은 채 몇 번이고 절을 하는 풍경.
나는 이 요행이 너무 가벼워 계면쩍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모든 길이 휘발유처럼 검지 않다는 사실.
한동안 나는 시간을 변속하는 데에만 몰두하지 않았던가.
8:2 가르마로 펼쳐지는 길 바깥의 길이 이토록 유쾌하다니.
골프장 옆 민들레병원을 지나 숲에 들어서면
몇몇 이름 모를 묘지를 지나게 되고
산의 넥타이 같은 좁은 길이 나온다.
낙엽 쌓인 그 길을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려
인가의 담장을 끼고 나는 흘러간다.
고단한 길이 갈길을 내려서 멈춘 그곳까지.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5 생각이 결려 file 2014.03.07 721
24 변신 file 2014.01.28 724
23 새벽 두 시 2010.03.04 732
22 무게 file 2014.03.07 742
21 철(撤) file 2013.12.19 747
20 생도 다만 멀미일 뿐 2019.11.29 807
19 잠들기 직전 2014.03.07 819
18 충혈 file 2013.12.11 831
17 2009.05.23 931
16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11 2011.03.11 963
15 벚꽃 file 2015.04.27 1141
14 2014.01.07 1271
13 안부 file 2013.11.26 1745
12 가을 file 2013.10.17 1790
11 눈빛에 대하여 2014.10.07 1793
10 상상 file 2014.01.14 1847
9 붐비는 날들 file 2013.12.24 1875
8 성에 file 2014.02.03 1889
7 새벽은 음악이 아프고 2014.01.09 1962
6 詩를 사랑하는 가슴에게 2015.06.02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