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마르면서
마음의 미열을 탈취해주듯,
냉장고도 액체가 기체로 바뀌는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흡수한다.
이러한 발명에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소음이다.
전기로 컴프레서와 팬 모터를 돌릴 때
들리는 윙윙 소리.
그것은 마치 울음을 삼키며 마음 다잡는
일련의 시스템과 같다.
마음이 하나의 냉장고라면
그 안에는 보존되어야 할 것과
미처 꺼내지 못한 것이 있다.
자신을 열어볼 수 없는 사람은
스스로 부패되어 가는
기억을 어쩌지 못한다.
죽을 때까지
기억이 분해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어쩌면
그 기억을 낱낱으로 나누는 것이야말로
온전히 인생을
느리게 흡수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냉장고가
사람에 대한 신선도의 은유라면,
사람의 기억은
그리움으로 작동되는
보존의 은유이지 않을까.
*산문 <냉장고>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