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 시 방송 드라마가 있어서 불꺼진 아파트에는 종종 같은 색으로 반짝이는 창문이 있다. 그러니 별빛에게도 시청율이라는 게 있겠다. 동시간대 눈빛을 모아 방영 중인 새벽이랄까.
휴지로 틀어막은 코피 같은 별이야. 눈을 뗄지 말지 조심스러운 몇 초간 누군가는 울고 또 누군가는 잔을 꺾다 멈추고. 배역이 하나씩 정해질 때마다 단역으로 밀리는 인연. 드라마를 보면 같이 착해질까, 가령 같은 날 죽은 타인들의 편성표.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은 언젠가 드라마가 자신을 시청한다는 걸 알겠지.
브라운관에 살갗을 대면 잔털이 웅성거린다. 나는 어쩌다 전자기적으로 뼈에게 피와 살을 입혔나. 냉각팬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심장. 마일리지로 누적되는 당신이라는 같은 이름. 내가 코를 골 때 가르랑 대며 꽃 피는 구절초. 나는 이렇게 총천연색으로 살아가다 어느 날, 앤딩 음악과 함께 빠르게 쏟아지는 글자로 사라지리라.
누구나 열 시 뿐인 밤하늘이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