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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6도

2008.11.18 23:56

윤성택 조회 수:262 추천:2




영하 6도.
여기서 더 낮아지면 생각이 남루해지고
여기서 더 높아지면 쓸쓸함이 증발한다.
외투 깃을 파고드는 서늘한 기억들에게
코끝을 발갛게 만들던 황망한 공기들에게
영하 6도는 추억의 대기를 만든다.
걸어왔던 길을 끌어와 갓길로 흩어지는 낙엽처럼
한때 우리가 지나쳤던 시간은 모두 바람 속이었을 것이다.
이 저녁의 비가 언젠가 눈발로 네게 내렸다는 것을 안다.
공중에서 아주 천천히 낙하하는 순간 순간이
누대의 일생이 되고 그 일생을 받아들이기 위해
오늘 눈은 폭설이어도 좋다. 영하 6도.
채널을 고정하듯 같은 온도의 날들이 교신되어 온다.
…… 가로등 아래로 그 붉은 가로등 아래로
공간이 열리고 점점이 정체를 이뤄가는 것들,
그렇게 오늘의 기온이 나를 선택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가을은 갔다.
영하 6도. 그 겸손한 법칙.
계절을 의심하면 마침내 눈사람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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