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하나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는 것은 자연의 신념이다. 이것이 자연의 진정성이라면 우리는 가을 나무의 영혼을 보고 있는 것이다. 가을나무가 연대해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기억에 대한 믿음이 전부이다. 사계절을 순환하며 몇 해가 가고 또 몇 해가 가더라도 가을마다 그렇게 낙엽이 질 것이고, 또 누군가 가을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아득한 기억 속 묵묵히 물들어가는 잎새들, 그곳에서 추억은 다양한 양상으로 살아갈 것이다. 단지 그곳의 나는 이곳의 나를 기억하지 못할 뿐. 그래서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은 아름답다. 모든 기억은 추억으로 죽어가면서 화려해지기 때문이다. 추억은 변덕스러운 현실을 볼모로 살아갈 뿐 추억 속에서는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가을은 지나가고, 나는 그곳에 잠시 머무르기로 한다.

* 산문 '기억하라 추억하라' 中
* 『현대시학』 2008년 10월호 게재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65 순수 2013.08.19 287
64 근황이 궁금하여 2010.02.03 288
63 구름 2009.03.18 292
62 2013.09.25 295
61 후룹 2020.09.28 295
60 주말은 지나고 2008.12.15 301
59 근사한 비밀 2009.10.29 301
58 그러니 2009.11.10 302
57 기다림 file 2013.03.19 302
56 타인이라는 도시 2013.08.22 302
55 창문 밖 풍경 2008.11.03 308
54 사람을 이해하는 일 2008.11.26 317
53 기도 2013.08.28 322
52 나보다 더 현실적인 2009.11.13 325
51 포장마차 2009.01.10 327
50 비극 2009.01.21 336
49 밤 10시에서 11시 사이 2008.11.10 346
48 숲을 걷는다 2009.01.30 352
47 쐬하다 2020.11.11 355
46 도란도란 2009.05.07 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