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기일

2009.11.19 16:44

윤성택 조회 수:230 추천:1


8년 전, 등단 연락 며칠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병실 밖 앙상한 은행나무처럼 아버지는 그렇게
일생의 잎들을 비우고 심전도 모니터 속에서 고요해지셨다.
등단 전 나는, 아버지께 보여드릴 희망이 없어서
詩조차도 치기인 것만 같아 괴로웠던 적이 있었다.
 그저 묵묵히 아침 일찍 산책을 하시고 돌아와
볕드는 곳에 앉아 문 밖을 내다보셨던 아버지.
그 쓸쓸한 눈길 닿는 곳에 내가 있었으리라.
등단 소식에 아버지는 희미하게 웃으셨던 것 같다.
새벽, 중환자실 앞 의자로 아버지가 맨발로 걸어와 내 곁에 앉는 꿈.
나는 아직도 그 꿈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오늘, 아버지 기일이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5 철(撤) file 2013.12.19 747
124 무게 file 2014.03.07 742
123 새벽 두 시 2010.03.04 732
122 변신 file 2014.01.28 724
121 생각이 결려 file 2014.03.07 721
120 기억은 난민 file 2014.04.09 710
119 7cm 눈 file 2013.12.16 709
118 한 사람 file 2013.12.10 633
117 마음일기 1 2008.01.31 629
116 운명도 다만 거처 2019.03.20 603
115 마음일기 3 2008.02.12 593
114 접촉이 두려운 계절 2020.02.08 571
113 스마트한 봄날 2020.04.23 542
112 여행 2008.12.23 539
111 그대 생각 file 2013.10.25 521
110 밀교 2020.03.25 470
109 一泊 2013.10.10 463
108 불현듯 내가 2008.12.04 439
107 거래 file 2013.12.31 432
106 마음일기 2 2008.02.02 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