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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지다

2023.12.28 13:07

윤성택 조회 수: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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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가고 있다고 여기는 기분이

나를 액세서리로 치장해 놓고

어울린다.

 

이런 특별한 감정을

보랏지다고 해야 하나,

어두워지는 후미에 대한 예의라고 해야 하나.

 

백팩이 데리고 다녔던 달과 요일은

앞 시간을 먼저 보내기 위해

대기 중일 때가 많았지.

 

단어가 출장 와서

머릿속을 한 바퀴 돌더니

다음에 오시지요 정중히 말할 때,

 

오늘은 어느 분부터 시작할까요 커서는

괴이하기 짝이 없이 의자를 끌게 하고.

 

일 년을 접었다 펴보면

그대로인 페이지,

다시 읽어내려도 처음 보는 시야.

 

나도 좀 불량이고 싶고

골격근량 35kg이 내게 도달했으면 싶고

개봉예정 영화가

내 리뷰를 달아 줬으면 해.

 

갑진년은 신간 안내와 같으니까.

 

메일, 매일 쌓이는 시집들 볼 때마다

왜 신용점수가 눈에 밟힐까.

 

꾸준한 관리를 위해서는

이번 해를 변동 없이

수신설정 해놓아야지.

 

자다 깨보면 내릴 내일이고

잊고 내리는 건 없는지 날짜를 보지.

 

이제 며칠 말미로 등산화가

영하를 살짝 헐겁게 하겠지.

 

가끔 멀뚱히 나만 보고 있는 홈페이지를

자갈밭 걸어가

선창머리에 데려다주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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