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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5 06:11

윤성택 조회 수:295

친척 소개로 내가 처음 할부로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 그는 전년도 H자동차 판매 전국 3위라고 했다. 놀랍게도 그는 계약서를 설명하는 내내 말을 더듬었다. 그렁그렁한 눈으로 끊어진 단어와 단어를 간신히 잇는다고 할까. 그때 나는 사람들이 왜 그를 믿고 차를 사게 되었는지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말에 진심을 끼우는 독특한 어법을 만들어낸 것이다. 

언젠가 시골집에서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 어느 방송의 목사 설교 녹화에 멈췄다. 5초 쯤이었을까, 다른 채널로 넘어가지 못하고 리모컨을 아예 바닥에 내려 놓았다. 주님 얘기가 아니다. 확신이 말로 흘러넘치는 그 어떤 경이가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생이 길들여질 수 있겠는가, 말은 그 뜻에서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다. 

내게 시를 쓰는 것은 말을 잘라 문장으로 기우는 것이다. 길게 자르면 자의식이 늘어지고 짧게 자르면 기울 의미가 없다. 시 한 편으로 영화가 된다면 영화는 1초에 24컷의 발음이다. 운명이 한 사람의 성량으로 계측될 때 영화는 객석 누군가의 생에 시로 남는다. 이 나라에 5천 만의 카메라가 각기 돌아가고 우리의 영화는 평화를 기우고 끝내 한 점 지구로 환등기 속에서 먼지처럼 떠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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