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amji Kim]
여전히 부재는 단단한 무게의 침묵이다. 마음에도 얼룩이 지고 균열이 생기면 그 틈으로 역마살 같은 이끼가 오른다. 흐린 날일수록 현기증 나는 구름이 머물다간다. 점점 회색빛 색조로 닮아가는 담벼락이 필름처럼 언덕까지 이어진다. 하나의 시간으로 연대해 빛을 받아 빛나기도 하고 그 빛을 거둬들이는 집의 추억. 시멘트 내부의 앙상한 골격으로 서로 기대어 올 때 그게 빈집이라도 버텨주고 싶은 담들의 결림. 콘크리트를 콘트라베이스라 고쳐 발음하다보면 그 저음에 닿는 바람이 빨랫줄을 느리게 그어보는 활이다.
깊이 모를 심연처럼 창백하고 적막한 그곳은 차고 기억이 시리다. 들뜬 시멘트는 늘 그 색깔에서 집착을 놓아준다.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을 때 집들은 기억을 습기로 어루만지며 서로의 벽이 된다. 서로 다른 벽이 만나서 같은 색으로 퇴색해가는 골목. 이 길에서는 함부로 담겨진 흙도 싹을 틔운다. 그리고 살아간다. 아무도 없는 적막이 그 계단의 양분이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이별을 받아들일 것 같은 벽 앞에서, 얼룩보다 얼룩을 벗고 있는 벽의 체온으로 눈을 감는다. 그리고 한때 벽이었던 수많은 망설임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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