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영/96중앙일보신춘문예 신작시/문학세계사>
봄의 퍼즐
주일날 아침에 듣는 미사종 소리처럼 언 강이 풀린다 겨우
내 어긋나 있던 대지의 관절을 맞추며 깔깔대는 바람과 햇
살, 기다렸던 콘닥터의 손이 마침내 떨어지고 봄의 서곡이
빠르게 진행되는 동안 땅의 침샘마다 해맑은 리듬이 흘러든
다 막혔던 실핏줄들 예서 제서 터진다
봉긋봉긋 부푸는 꽃봉오리에 벌써 신발끈 단단히 동여맨
감당도 못할 뜬 소문이다 그 소문 화끈한 끈 귓속으로 흘러
들지만 아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자꾸만 빗살에 엉기는
이 연두빛, 아직은 살이 연해 부스러지기 쉬우니 종종종, 몸이
가벼운 새들만 밟아 가라 한다
봄의 요정들이 링게르 그 달디단 영양의 침을 잔뿌리마다
꽂으며 제게 각각 알맞은 빛의 고깔모자를 주문한다 '얘들
아, 얼굴에 닿는 햇살이면 어느것 한줄기라도 꼬옥 잡아야한
다' 탯줄처럼 긴 하품을 늘이며 이제 막 열리는 꽃자궁, 지상
의 것은 어느 거라도 도저히 숨었을 수가 없어서 동굴안은
저렇듯 환하다 겨울동안 마구 헝클렸던 퍼즐의 밑그림이 확
연히 되살아나고 있다.
[감상]
봄을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을까 싶은 시입니다. 기실 이러한 접점에는 상투성과 작위가 도사리기 마련인데, 이 시는 그러한 위험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훌륭하게 화음을 만들어냈습니다. 봄의 퍼즐, 정말 기발하고 산뜻한 표현입니다.
서서히 끊어 오르는 용암처럼 머릿 속에서 봄의 생동감이 약간의 위트적인 말들로 되살아나게 합니다. 세상은 겸허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달갑습니다. 아직도 부족합니다.
지금부터 詩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