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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퍼즐 - 한혜영

2001.04.03 17:01

윤성택 조회 수:2396 추천:313

<한혜영/96중앙일보신춘문예 신작시/문학세계사>




                                 봄의 퍼즐

                 주일날 아침에 듣는 미사종 소리처럼 언 강이 풀린다 겨우
                내 어긋나 있던 대지의 관절을 맞추며 깔깔대는 바람과 햇
                살, 기다렸던 콘닥터의 손이 마침내 떨어지고 봄의 서곡이
                빠르게 진행되는 동안 땅의 침샘마다 해맑은 리듬이 흘러든
                다 막혔던 실핏줄들 예서 제서 터진다
                 봉긋봉긋 부푸는 꽃봉오리에 벌써 신발끈 단단히 동여맨
                감당도 못할 뜬 소문이다 그 소문 화끈한 끈 귓속으로 흘러
                들지만 아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자꾸만 빗살에 엉기는
                이 연두빛, 아직은 살이 연해 부스러지기 쉬우니 종종종, 몸이
                가벼운 새들만 밟아 가라 한다
                 봄의 요정들이 링게르 그 달디단 영양의 침을 잔뿌리마다
                꽂으며 제게 각각 알맞은 빛의 고깔모자를 주문한다 '얘들
                아, 얼굴에 닿는 햇살이면 어느것 한줄기라도 꼬옥 잡아야한
                다' 탯줄처럼 긴 하품을 늘이며 이제 막 열리는 꽃자궁, 지상
                의 것은 어느 거라도 도저히 숨었을 수가 없어서 동굴안은
                저렇듯 환하다 겨울동안 마구 헝클렸던 퍼즐의 밑그림이 확
                연히 되살아나고 있다.    



[감상]
봄을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을까 싶은 시입니다. 기실 이러한 접점에는 상투성과 작위가 도사리기 마련인데, 이 시는 그러한 위험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훌륭하게 화음을 만들어냈습니다. 봄의 퍼즐, 정말 기발하고 산뜻한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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