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기침 - 이윤학

2003.07.11 10:54

윤성택 조회 수:1364 추천:213

「기침」 / 이윤학 / 『문학사상』2003년 6월호


        기침


        주먹을 불끈 쥐고
        기침을 시작하는 아버지.
        금 캐러 광산에 다닌 아버지.
        돌가루 쌓아놓고 사는 아버지.
        새벽 4시를 알리는
        아버지의 기침소리.
        뭉텅이별이 쏟아지는
        아버지의 기침소리.

        네가 갓난아기였을 때
        너희 아버지는 금 캐러 가기 전에
        금 캐러 갔다와서
        네 눈을 바라보곤 했다.

        삼십 후반이 된 아들에게
        아버지 얘기를 흘려놓고
        어머니
        비닐집 속으로 사라진다.

        뿌옇게 물방울 열린 비닐집.
        갈빗대 튀어나온 비닐집.

        경운기 몰고 풀 깎으러 가는
        넥타이 허리띠 졸라맨 아버지.


[감상]
정갈하고 명료한 시입니다. '기침'을 통해 아버지의 삶과 가족의 내력이 잔잔하게 읽혀집니다. 마지막 '넥타이 허리띠'에서 울컥, 감정이 돋습니다. 누구든 시골에서 한번쯤을 보았음직한 풍경이겠지요. 그러나 그것을 포착해내고 아버지의 삶으로 연결시키는 탁월한 감각이 놀랍습니다. 바로 '넥타이'란 도시문명의 상징이고, 더 나아가 아이러니하게 '우리들'을 은유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운기 뒤칸에 우리를 태우고 덜컹덜컹 70년대와 80년대를 지나 여기까지 데려다 주셨기때문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891 그 이발소, 그 풍경 - 고경숙 2004.12.10 1282 215
890 환한 방들 - 김혜순 2004.05.08 1538 215
889 바람 그리기 - 이승하 [1] 2002.07.30 1360 215
888 寄生現實(기생현실) - 김중 2002.07.04 1126 215
887 글자 속에 나를 구겨넣는다 - 이선영 2002.03.11 1151 215
886 수도관은 한겨울에만 꽃을 피우고 - 심재상 2002.02.21 1133 215
885 희망에게 - 유영금 2007.02.12 1981 214
884 용문고시텔 3 - 박순원 [1] 2006.11.17 1356 214
883 목련 - 김경주 [1] 2006.05.03 2017 214
882 무료한 체류 - 김명인 2005.09.22 1303 214
881 흔적 세우기 - 이위발 2003.09.18 1174 214
880 조개 - 박경희 2003.07.22 1236 214
879 아내의 브래지어 - 박영희 [1] 2002.10.17 1572 214
878 아내의 재봉틀 - 김신용 [1] 2006.05.05 1636 213
877 분갈이 - 정용기 2005.11.05 1414 213
876 소금이 온다 - 임해원 2005.09.27 1409 213
875 갠지스로 흘러가다 - 은 빈 2005.08.09 1387 213
» 기침 - 이윤학 [1] 2003.07.11 1364 213
873 편지 - 송용호 2002.10.16 1693 213
872 해마다 - 윤이나 2002.06.04 1198 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