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 이윤학 / 『문학사상』2003년 6월호
기침
주먹을 불끈 쥐고
기침을 시작하는 아버지.
금 캐러 광산에 다닌 아버지.
돌가루 쌓아놓고 사는 아버지.
새벽 4시를 알리는
아버지의 기침소리.
뭉텅이별이 쏟아지는
아버지의 기침소리.
네가 갓난아기였을 때
너희 아버지는 금 캐러 가기 전에
금 캐러 갔다와서
네 눈을 바라보곤 했다.
삼십 후반이 된 아들에게
아버지 얘기를 흘려놓고
어머니
비닐집 속으로 사라진다.
뿌옇게 물방울 열린 비닐집.
갈빗대 튀어나온 비닐집.
경운기 몰고 풀 깎으러 가는
넥타이 허리띠 졸라맨 아버지.
[감상]
정갈하고 명료한 시입니다. '기침'을 통해 아버지의 삶과 가족의 내력이 잔잔하게 읽혀집니다. 마지막 '넥타이 허리띠'에서 울컥, 감정이 돋습니다. 누구든 시골에서 한번쯤을 보았음직한 풍경이겠지요. 그러나 그것을 포착해내고 아버지의 삶으로 연결시키는 탁월한 감각이 놀랍습니다. 바로 '넥타이'란 도시문명의 상징이고, 더 나아가 아이러니하게 '우리들'을 은유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운기 뒤칸에 우리를 태우고 덜컹덜컹 70년대와 80년대를 지나 여기까지 데려다 주셨기때문입니다.
허리에 두른 넥타이는 목과 두배차이 밖에 안돼는 싸이즈인데... 왜 이리 가슴이 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