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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하여 - 임동윤

2003.07.26 09:59

윤성택 조회 수:1240 추천:184

『나무 아래서』/ 임동윤/ 다층 시인선


        불안에 대하여


        방금 식사를 끝낸 그릇과 수저들이
        공동 수돗가에서 얼굴을 씻고 있다
        조심해도 자주 이마를 짓찧는 저들
        부딪히는 소리는 빗줄기가 되고
        양철지붕 때리는 비명이 되기도 한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가슴 한 쪽이 뻥 뚫리는 소리
        서둘러 옷 갈아입는 소리
        빨랫줄의 옷들이 닫힌 세상을 향해
        펄럭펄럭 소리 없는 함성을 토한다

        깨끗하게 씻긴 그릇과 수저들
        쟁반 위에 차곡차곡 쌓이지만
        아직도 씻고 비울 것이 많아서
        이 아침 사람들 어디론가 떠나고 없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감상]
불안의 존재란 무엇일까요. 무언가 술렁거리듯 뒤숭숭한, 사람들이 모두 일터로 떠나간 그 자리에 화자가 있습니다. 어느 평일의 오전 10시 즈음, 그 고요는 참을 수 없는 불안입니다. 그리고 삶이란 '아직도 씻고 비울 것이 많'은 것이어서 더 이상 방치될 수도 없고요. 불안스러운 정적이 주인이 평생 머물다갈 그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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