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아래서』/ 임동윤/ 다층 시인선
불안에 대하여
방금 식사를 끝낸 그릇과 수저들이
공동 수돗가에서 얼굴을 씻고 있다
조심해도 자주 이마를 짓찧는 저들
부딪히는 소리는 빗줄기가 되고
양철지붕 때리는 비명이 되기도 한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가슴 한 쪽이 뻥 뚫리는 소리
서둘러 옷 갈아입는 소리
빨랫줄의 옷들이 닫힌 세상을 향해
펄럭펄럭 소리 없는 함성을 토한다
깨끗하게 씻긴 그릇과 수저들
쟁반 위에 차곡차곡 쌓이지만
아직도 씻고 비울 것이 많아서
이 아침 사람들 어디론가 떠나고 없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감상]
불안의 존재란 무엇일까요. 무언가 술렁거리듯 뒤숭숭한, 사람들이 모두 일터로 떠나간 그 자리에 화자가 있습니다. 어느 평일의 오전 10시 즈음, 그 고요는 참을 수 없는 불안입니다. 그리고 삶이란 '아직도 씻고 비울 것이 많'은 것이어서 더 이상 방치될 수도 없고요. 불안스러운 정적이 주인이 평생 머물다갈 그곳에 있습니다.
<김유정 문학 캠프>에 다녀왔습니다.
시창작과 문학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강의가 있었는데
임동윤 시인의 시창작 실기론에 대한 강의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무 아래서>도 선물 받았거든요.
거기에 실린 시를 바로 다음 날 이곳에서 보다니요.
그 시집 특별히 열심히 그리고 꼼꼼히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