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신》 대전충남 작가회의 시선집 中 / 김선주/ 《심지》
집으로 가는 길
버팔로 떼를 쫓는 인디언이 먼 길을 달릴 수 있는 건
돌아갈 집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 집이 아주 멀리 있어
많은 시간을 걸려 돌아가야할 때
고요에 잠겨 있는 산과 물을 건너고
타인의 마을을 지나야 할 때
외로움은 더 깊어진다
이토록 인생이 외롭고 쓸쓸한 것은
집과 나 사이의 거리가 아직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가야 할 집이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이 영광은
집과 나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더 찬란하여진다
그래서, 집으로 가는 길은
어두운 밤에도 눈부시다
[감상]
'이토록 인생이 외롭고 쓸쓸한 것은/ 집과 나 사이의 거리가 아직 멀기 때문이다'에서 잠시 눈을 떼고 다시 읽습니다. 이처럼 돌아가야 할 '집'이 우리를 지금껏 길 밖에 서게 했던 것일까요. 태어나서 죽기까지 우리는 시간의 먼 길을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입니다. 가장 멀리 와 있을 때 느끼는 고독감은 낯선 것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시 전체를 아우르는 깊은 통찰이 이 시의 큰 힘입니다. 돌아갈 기약도 없이 우리는 또 몇 해째 가을을 떠나왔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