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집으로 가는 길 - 김선주

2004.08.29 14:37

윤성택 조회 수:1892 추천:181

《새로운 문신》 대전충남 작가회의 시선집 中 / 김선주/ 《심지》


        집으로 가는 길

        버팔로 떼를 쫓는 인디언이 먼 길을 달릴 수 있는 건
        돌아갈 집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 집이 아주 멀리 있어
        많은 시간을 걸려 돌아가야할 때
        고요에 잠겨 있는 산과 물을 건너고
        타인의 마을을 지나야 할 때
        외로움은 더 깊어진다

        이토록 인생이 외롭고 쓸쓸한 것은
        집과 나 사이의 거리가 아직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가야 할 집이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이 영광은
        집과 나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더 찬란하여진다

        그래서, 집으로 가는 길은
        어두운 밤에도 눈부시다


[감상]
'이토록 인생이 외롭고 쓸쓸한 것은/ 집과 나 사이의 거리가 아직 멀기 때문이다'에서 잠시 눈을 떼고 다시 읽습니다. 이처럼 돌아가야 할 '집'이 우리를 지금껏 길 밖에 서게 했던 것일까요. 태어나서 죽기까지 우리는 시간의 먼 길을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입니다. 가장 멀리 와 있을 때 느끼는 고독감은 낯선 것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시 전체를 아우르는 깊은 통찰이 이 시의 큰 힘입니다. 돌아갈 기약도 없이 우리는 또 몇 해째 가을을 떠나왔던가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671 그것이 사실일까 - 류수안 2004.10.13 1299 220
670 눈 반짝 골목길 - 정철훈 [1] 2004.10.12 1204 204
669 그 많은 밥의 비유 - 김선우 2004.10.11 1322 198
668 오래 닫아둔 창 - 신용목 [1] 2004.10.08 1456 173
667 전자레인지 - 김기택 2004.10.06 1253 187
666 냉장고 - 강연호 [2] 2004.10.05 1362 185
665 배달수씨에게 섭외된 편지들은 어디로 갔나 - 유미애 2004.10.04 1194 166
664 삼십 대의 병력 - 이기선 [2] 2004.09.01 1756 182
» 집으로 가는 길 - 김선주 [1] 2004.08.29 1892 181
662 달의 눈물 - 함민복 [1] 2004.08.24 2187 220
661 아직은 꽃 피울 때 - 하정임 2004.08.19 1792 197
660 수족관 너머의 눈동자 - 나희덕 2004.08.13 1511 177
659 화석 읽기 - 채풍묵 [1] 2004.08.11 1311 195
658 그 곳이 결국은, - 문성해 2004.08.09 1408 180
657 명중 - 박해람 [2] 2004.08.07 1406 182
656 시인의 폐허 - 성미정 2004.08.06 1262 193
655 스며들다 - 권현형 2004.08.04 1397 160
654 살구꽃이 지는 자리 - 정끝별 2004.08.02 1369 170
653 이파리의 식사 - 황병승 2004.07.30 1286 168
652 거의 모든것에 관한 거의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 김경주 [2] 2004.07.28 1913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