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이 결국은,」/ 문성해/ 『시작』2004년 봄호
그 곳이 결국은,
늦가을 공원에서 보게 됩니다
낙엽을 쓸어 담은 부대자루들을,
푸석푸석한 것들도 뭉치면
저리 탐스런 엉덩이를 가질 수 있다니
모로 누운 부랑자 여인의 엉덩이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듯
다른 둔부에게 밀착하고 있었습니다
지하도 밖은 추웠고
서로의 체온에 기댄 엉덩이들은
끝이 없는 산맥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저 낙엽을 가득 담은 엉덩이들은
머잖아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낙엽이 쫓겨나가는 도시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들을 부려놓은 곳
쿰쿰한 나뭇잎 썩는 냄새
빈대와 벼룩이 설치는 그곳에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그 둔부도
섞여 있겠지요
결국은
그곳이 우리가 닿아야 할 곳이 아니겠는지요
[감상]
낙엽을 쓸어 담은 부대자루를 부랑 여인의 엉덩이로 보는 시선이 흥미롭습니다. '모로 누운 부랑자 여인의 엉덩이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풍경으로 겹쳐내는 눈도 그렇고요. 부랑자와 낙엽의 공통적 요소는 '낙엽이 쫓겨나가는 도시'로 점철됩니다. 딱딱한 시멘트 바닥만을 지향하는 도시에서, 저리 탐스런 엉덩이가 추해 보일 리 있겠습니까. 훗날, 관짝에 담겨 어디론가 묻히러 떠나는 곳 또한 '우리가 닿아야할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