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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nt - 김춘수

2004.11.30 11:22

윤성택 조회 수:1196 추천:192

「voyant」/ 김춘수/ 《현대시학》2004년 8월호

        
        voyant

        시인은 본다. 무엇인가
        길바닥에 팽개치고
        구둣발로 짓밟고 갈 때에도
        본다.
        그것이 생시인가 꿈인가 하고
        네 입술에서
        女神을 본다. 눈뜨고 보고
        눈감고도 본다. 해와 달
        낮과 밤을,


[감상]
어제(29일) 타계하신 김춘수 시인의 마지막 발표시인 것 같습니다. 현대시학에서 7월 ‘본지는 기획에 관계없이 김춘수 선생의 시를 앞으로 쓰여지는 데 따라 계속 받아 싣는다’라는 편집자의 설명이 있은 후, 8월 4일 쓰러지셨기 때문입니다. ‘voyant’은 ‘브와이양’이라고 발음되는 불어로, 명사로 쓰일 때는 ‘예언자’라는 뜻입니다. 생시와 꿈 그 너머에까지 시인의 시선은 걸쳐 있으며, 눈 뜨고 있으나 감고 있으나 보이는 ‘해와 달/ 낮과 밤’은 끝끝내 발견에 노력하는 시인의 의지와 같은 거겠다 싶습니다. 어쩌면 상처투성인 모진 육체의 끝을 예감하고 진정한 시인됨을 마지막으로 예언하신 것인지도 모릅니다. 고인의 명목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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