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yant」/ 김춘수/ 《현대시학》2004년 8월호
voyant
시인은 본다. 무엇인가
길바닥에 팽개치고
구둣발로 짓밟고 갈 때에도
본다.
그것이 생시인가 꿈인가 하고
네 입술에서
女神을 본다. 눈뜨고 보고
눈감고도 본다. 해와 달
낮과 밤을,
[감상]
어제(29일) 타계하신 김춘수 시인의 마지막 발표시인 것 같습니다. 현대시학에서 7월 ‘본지는 기획에 관계없이 김춘수 선생의 시를 앞으로 쓰여지는 데 따라 계속 받아 싣는다’라는 편집자의 설명이 있은 후, 8월 4일 쓰러지셨기 때문입니다. ‘voyant’은 ‘브와이양’이라고 발음되는 불어로, 명사로 쓰일 때는 ‘예언자’라는 뜻입니다. 생시와 꿈 그 너머에까지 시인의 시선은 걸쳐 있으며, 눈 뜨고 있으나 감고 있으나 보이는 ‘해와 달/ 낮과 밤’은 끝끝내 발견에 노력하는 시인의 의지와 같은 거겠다 싶습니다. 어쩌면 상처투성인 모진 육체의 끝을 예감하고 진정한 시인됨을 마지막으로 예언하신 것인지도 모릅니다. 고인의 명목을 빕니다.
김춘수님은 늙어서 돌아가시는 거닌까 그래도 행복하리라 생각됩니다. 젊은 제 친구의 동생은 34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거든요. 이혼했는데 아이둘 남기고.. 그래도 나이와 상관없이 이승을 떠난다는건 슬픈 이별이지요. 저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