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조준」/ 이정화/ 《현대시학》2004년 12월호
오조준
바람이 거세어지기 시작한다며 해설자는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두고 흥
분하고 있었다 총알이 뚫어야하는 것은 공기의 저항이며 총구는 과녁을
약간 빗겨 나가 조준하여야 한다는 것 사수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표적이 아니라 표적이 놓여있는 주변의 움직임이라는 것 오차범위를 계
산한 오조준만이 정확히 과녁을 관통할 수 있다는 것 결국은 정조준이라
는 것 일발필살의 단발이 당신의 배후를 노리고 있다 목표물을 향하여 고
정되어 있는 당신의 시선은 그러므로 수정되어야 한다 지금 바람이 불고
있다
[감상]
결국 정통으로 맞춰야하는 것은 표적이 아니라 허공입니다. 이 시가 상식을 극대화한 시적 발견인 것은 ‘당신의 시선은 그러므로 수정되어야 한다’라는 모색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정통이라고 믿었던 것들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변수가 새로운 정통을 만들어가는지요. 살아가다보면 정조준을 위해 수많은 오조준해야 할 순간들이 다가올 것입니다.
이제는 허락이나 양해 없이 퍼가기까지 합니다.
결례가 되려는지요?
언제 좋은 일로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요.
티브이는 꼭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