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의 꿈》 / 조덕자/ 문학의전당 시인선
가구의 꿈
불을 끄면 방안의 나무들이 숨을 쉰다
뚝, 뚝, 하루의 노곤함을 내뱉으며
숲에서 태어난 나이테들이 숨을 쉬고 있다
사람의 지붕 밑에서도 새로이 들어앉은
생명들이 무늬결에 와 박힌 채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을 나는 듣고 있다
점, 점, 뚜렷하게 숲의 내음이 스며들고
나는 방 한가운데 주저앉아 천정 위로 뻗어오는
물소리를 듣는다
계곡 따라 돌다 들어온 바람 한 자락도
어느새 내가 기대어 앉은 장롱 속으로
스며드는지 뻐근한 몸을 풀고 있다
장롱은 푸른 숲의 그림자로 늘어나고
그 그늘에서 나를 잠들게 한다
다리 펴는 것이 부끄러운 듯
[감상]
딱딱하게 구석공간에 들어찬 가구가 생생한 숲의 나무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 상상력으로 인해, 아파트 위층의 물소리도 물관을 통과하는 수액이 됩니다. 장롱은 도시로 징역 살러 온 것도 아니라, ‘다리 펴는 것이 부끄러운’ 도시로의 외출인 것입니다. 생명의식과 더불어 이러한 화평한 기운이 내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군요. 그러니 나는, ‘나무’가 되는 꿈을 꾸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