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美人》 / 조기조/ 《실천문학사》시인선
갈대
낮이나 밤이나 곧게 서 있는
갈대는 멀리 바람을 부른다
바람을 불러 바람을 향하여
흔들리며 흔들리며
곧은 생각 곧은 자세를 되묻는다
자신을 곧게만 키우는 것
온통 뒤흔들어 사정없이 꺾어버리기도 하는
바람이라는 것을 아는 갈대는
마침내 몸통 안에 가득
바람을 담고 서서
곧은 생각 곧은 자세를
쉼 없이 뒤흔들어본다
[감상]
바람과의 관계를 통해 갈대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구도입니다. 이는 마치 <온통 뒤흔들어 사정없이 꺾어버리기도 하는> 시련을 극복해온 누군가의 의지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갈대를 통해 흔들리는 삶 속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또 그로인해 <곧은 생각 곧은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치열한 대결의식을 느낍니다. 끊임없는 자기검열… 그래서 갈대는 숱한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것입니다.
이 시속에서는 갈대가 바람을 부르네요
바람이 갈대의 삶에, 사고방식에 혼란을 줄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갈대는 바람을 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러
바람과 더불어 살면서 바른생각, 곧은 자세를 잃지않습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살아가는 젊은 정신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