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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 조기조

2005.06.30 16:25

윤성택 조회 수:1691 추천:192

《기름美人》 / 조기조/ 《실천문학사》시인선


        갈대

        낮이나 밤이나 곧게 서 있는
        갈대는 멀리 바람을 부른다
        
        바람을 불러 바람을 향하여
        흔들리며 흔들리며
        곧은 생각 곧은 자세를 되묻는다

        자신을 곧게만 키우는 것
        온통 뒤흔들어 사정없이 꺾어버리기도 하는
        바람이라는 것을 아는 갈대는
        
        마침내 몸통 안에 가득
        바람을 담고 서서
        곧은 생각 곧은 자세를
        쉼 없이 뒤흔들어본다


[감상]
바람과의 관계를 통해 갈대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구도입니다. 이는 마치 <온통 뒤흔들어 사정없이 꺾어버리기도 하는> 시련을 극복해온 누군가의 의지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갈대를 통해 흔들리는 삶 속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또 그로인해 <곧은 생각 곧은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치열한 대결의식을 느낍니다. 끊임없는 자기검열… 그래서 갈대는 숱한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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